입욕제 창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을 만들면 되는 줄 알았다.

좋은 원료를 쓰고,예쁜 패키지를 만들고,내가 써도 만족스러운 제품을 만들면그걸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 자신을 제품의 첫 번째 페르소나로 삼는 것이 아주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실제로 불만이던 것, 내가 직접 쓰고 싶었던 것에서 출발하면 적어도 ‘왜 이 제품을 만드는가’에 대한 답은 분명해진다.

다만 내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과, 나만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ㅎㅎㅎ여튼 직접 제품을 만들다 보니‘만들고 싶은 것’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끼어 있었다.

돈도 있고, MOQ도 있고, 제조 가능 여부도 있고, 용기도 있고, 법도 있고,그리고 가장 현실적으로는…이걸 만들어서 정말 팔 수 있나? 하는 문제가 있다ㅋㅋ

만들고 싶은 건 언제나 많다

뭐 제품을 만들다 보면 아이디어는 마치 고구마 줄거리 마냥 계속 생긴다.

다른 입욕제를 쓰다가도‘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여행을 가서 온천에 들어가다가도‘이 느낌을 집에서도 만들 수 있으면 넘 좋겠다.’

향을 맡다가도, 원료를 보다가도, 패키지를 보다가도계속 새로운 제품 생각이 난다.

문제는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만들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전부 만들 수가 없다.

큰 회사라면 여러 제품을 동시에 테스트하고 그중 몇 개가 실패해도 다음 제품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작은 브랜드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결정 자체가 타격이 크다.

제품 하나가 늘어난다는 건단순히 SKU 하나가 추가된다는 뜻이 아니니까.

내용물을 만들어야 하고,용기와 포장재를 주문해야 하고,디자인도 해야 하고,촬영도 해야 하고,상세페이지도 만들어야 하고,재고를 쌓아둘 공간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머니가 많이 들어간다ㅋㅋ

MOQ라는 아주 현실적인 벽제품을 만들면서 정말 자주 마주치는 단어가 있다.

MOQ, 최소주문수량.

“이 정도만 먼저 만들어보고 반응을 보고 싶은데요.”

라고 해도 제조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만들어줄 수가 없다.

원료를 준비하고, 설비를 돌리고, 생산라인을 세팅하려면 제조사에도 최소한의 생산량이 필요하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작은 브랜드 입장에서는 그 ‘최소한’이 결코 최소가 아니다ㅋㅋ

패키지도 마찬가지다.

내용물은 그나마? 적게 생산할 수 있어도박스는 몇천 장부터 찍어야 한다거나,원하는 용기는 마음에 쏙 드는데최소 주문수량이 너무 많다거나,수량을 줄이려면 단가가 확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제품에서 하나씩 현실적인 타협이 시작된다.

‘이 용기 말고 이걸 써야 하나?’

‘이 원료는 다음 제품으로 미뤄야 하나?’

이때부터 제품 개발은내가 원하는 것을 더하는 일보다 무엇을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일에 가까워진다.ㅎㅎ사실 이런 게 싫어서 우리는 아예 작은 공장을 만들고 화장품 제조업 등록까지 했다.

적어도 입욕제만큼은 MOQ 압박 없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공장이다 보니 모든 제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ㅎㅎ아래는 입욕제는 아니고,세상에 내놓지 못한 우리 클렌저 테스트샷들!

실제 생토마토, 미니 양배추, 미역이 들어간다.

토마토 클렌저 / MOKUTANG

미역 클렌저 / MOKUTANG

토마토 클렌져 / MOKUTANG미역 클렌져 / MOKUTANG양배추 클렌져 / MOKUTANG입욕제 외에 이런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는 여전히 OEM사를 찾아야 했다. 그런데 막상 여러 곳을 다녀보니 문제는MOQ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양산이 불가능하다는 것.

내가 직접 여러 번 테스트해서 원하는 사용감과 제형까지 만들어놓았는데도, 타 공장 설비와 생산 방식에서는 똑같이 구현되지 않는 다는 문제가 있었다..ㅎ결국 어렵게 “한번 해보겠다”는 업체를 찾아 레시피까지 전달하고 몇개월을 기다렸지만, 결과적으로 구현에 실패했다...

ㅜㅜㅜ어떤 샘플은 내가 의도했던 것과 아예 다른 제형의 제품으로 나오기도 했다. 미쳐!

그렇게 테스트하고, 업체를 찾고,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수개월이 흘렀지만 결국 세상 밖으로 내놓지 못한 제품들....

제품을 직접 만들어보기 전에는 좋은 아이디어와 좋은 레시피가 있으면 제품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실제 제품 개발에서는 ‘만들 수 있다’와 ‘양산할 수 있다’ 사이에도 꽤 큰 벽이 있다. ㅜㅜㅜ좋은 원료를 넣는다고 좋은 제품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또, 처음에는 당연히 좋은 원료를 많이 넣고 싶었다.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고ㅎㅎ그런데 또 그렇게 한계 없이 때려 넣으면원가가 너무 비싸져 판매를 할 수 가 없고,향이나 색, 제형이 달라질 수도 있고,다른 성분과의 조합도 봐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는 성분표를 읽기 위해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실제로 사용했을 때의 경험을 사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됐다..

아무리 좋은 원료를 열 가지 넣어도 향이 별로거나 사용감이 불편하면 다시 손이 가지 않는다.

반대로 원료 구성은 단순해 보여도 사용하는 순간이 즐겁고 또 쓰고 싶다면 그 제품은 충분히 좋은 제품일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무엇을 얼마나 넣을까?’보다

‘이 제품을 사용한 사람에게 어떤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은가?’ 를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도 다르다

이것도 제품을 만들면서 계속 배우는 부분이다.

내 취향은 분명하다. (확실히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고객도 반드시 좋아하는 건 아니다ㅋㅋ

나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내가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품이나 색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 반신욕 입욕제 향이 좋다는 리뷰가많은데,,,일본은 향이 별로라는 후기가 올라온다!

반대로 내가 정말 자신 있었던 부분에고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처음에는 이런 게 꽤 혼란스러웠다.

내가 만드는 브랜드니까 내 취향대로 가야 하는 건지,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야 하는 건지.

지금도 답은 잘 모르겠다.

다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브랜드가 가지고 싶은 방향은 지키면서도, 사람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계속 관찰하는 것.

그 사이 어디쯤에서 제품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가장 무서운 건 제품을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팔리는 것아무래도 작은 브랜드에게 가장 무서운 건그렇게 만든 제품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는 늘 자신이 있다.

‘이건 진짜 괜찮은데?’

‘이 정도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데?’

그런데 제품이 완성되는 순간부터 전혀 다른 싸움이 시작된다.

아무도 이 제품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다ㅋㅋ

알려야 하고,설명해야 하고,사진을 찍어야 하고,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고,광고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했는데도 생각만큼 팔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럼 남은 건 재고다.

그래서 신제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설레면서도 동시에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몇 개를 만들어야 하지?

다 팔 수 있을까?

이 돈이 몇 달 동안 재고로 묶여 있어도 괜찮을까?

브랜드를 하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요즘은 ‘안 만드는 것’도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생기면어떻게든 제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반드시 지금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브랜드가 지금 이 제품을 만들 시기인지,기존 제품과 잘 어울리는지,내가 이 제품을 제대로 판매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그리고 무엇보다

이 제품을 만든 뒤에도 브랜드가 버틸 수 있는지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떤 아이디어는 머릿속에 몇 달째 그대로 있다.

아깝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브랜드에게는 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 용기만큼이나 지금지금은 만들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도 결국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현실만 생각해서팔릴 것 같은 제품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할 거라면 굳이 내 브랜드를 할 이유도 없으니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건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가는 일인 것 같다.

처음에는 원가 때문에 포기했던 것을조금 더 성장한 뒤에는 해볼 수도 있고,지금은 MOQ가 부담스러워 못 쓰는 용기를언젠가는 마음껏 주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당장은 구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라도계속 브랜드를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만들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왜 이것밖에 못 하지?’보다는‘지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디까지 내가 원하는 것에 가까워질 수 있을까?’

를 더 많이 생각한다.

작은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건 어쩌면 계속 그런 선택의 반복인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포기할 것은 포기하고,지킬 것은 끝까지 지키면서,조금씩 내가 상상했던 브랜드에 가까워지는 것.

아직은 만들 수 없는 것들이 많지만,그래도 언젠가는 지금 머릿속에만 있는 것들을 하나씩 실제 욕조에 풀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ㅎㅎ긴 휴일..뒹그르르 거리면서주절주절! ㅎㅎ홧팅 힘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