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간 궁금했던 일본 온천 입욕제를 하나 구입하다가, 저번에 한 고객님과 나눴던 통화가 떠올랐다.

우리 HAPPY TEARS를 재구매해주신 고객분이었는데, 제품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는 정말 온천을 그대로 재현한 입욕제를 사고 싶어요.”

나도 그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ㅋㅋㅋ

나 역시 온천에 다녀올 때마다 그곳의 온천수를 그대로 집 욕조에 옮겨오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

우리 집 욕실에서도 매일 진짜 온천수가 콸콸 나온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만 해도 좋다. ㅋㅋㅋ

하지만 고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는 선뜻“제가 그런 입욕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히려 입욕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냉정한 생각이 들었다.

진짜 온천을 그대로 재현한 입욕제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온천의 성분을 담으면 온천이 될까

온천수에는 나트륨, 칼슘, 마그네슘, 황산이온, 탄산수소이온 등 온천마다 서로 다른 성분이 들어 있다.

또 온천에 가서 온천 분석표를 보면 각 성분의 함량도 꽤 자세하게 적혀 있다.

그렇다면 분석표에 나온 성분을 같은 비율로 물에 넣으면 그 온천을 재현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비슷한 조성의 물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유황계 향을 넣고,물색을 비슷하게 만들고,온천에 들어 있는 무기염류를 조합하면적어도 눈과 코로 느끼기에는 그럴듯한 온천 입욕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성분표가 같다고 해서 같은 온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온천수는 땅속에서 오랜 시간 암석과 만나고,온도와 압력 속에서 여러 성분을 품은 채 지상으로 올라온다.

땅 밖으로 나온 뒤에도 공기와 접촉하면서 계속 변한다.

기체 성분은 빠져나가고,어떤 성분은 산화되며,어떤 성분은 물속에서 침전한다.

원천에서는 투명했던 물이 욕조에 담긴 뒤 뿌옇거나 갈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분석표에 적힌 숫자만 보고 여러 성분을 섞는다고 해서, 그 온천수가 지나온 시간과 변화까지 만들 수는 없다. 겉모습과 냄새를 비슷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그 물 자체가 같은 물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온천에서 좋았던 것은 정말 물뿐이었을까

무엇보다 온천에서 우리가 좋았다고 기억하는 것은 물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들어가는 노천탕,욕조 주변의 돌과 나무,습기가 가득한 공기,창밖으로 보이던 산과 숲,어딘가에서 계속 흘러들어 오는 물소리.

여행지에 왔다는 들뜬 마음과목욕을 마친 뒤 마시는 차가운 우유 한 병까지.

그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온천 경험이 된다.

똑같은 온천수를 집 욕조에 가져와 사용한다고 해도, 현지에서 느꼈던 것과 완전히 같을 수 없는 이유다.

우리 집 욕조는 크기도 다르고,공기의 온도와 냄새도 다르고,심지어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없다 ㅋㅋ

무엇보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던 나와하루를 마치고 집 욕조에 들어가는 나는이미 다른 상태에 있다.

온천은 물의 성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장소와 시간, 온도와 공기,그곳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까지 모두 포함된 경험이다.

그렇다면 작은 입욕제 한 봉지가 그것을 온전히 대신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쯤 되면 온천을 재현한 입욕제를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합리화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ㅋㅋㅋ

하지만 그렇다고 입욕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고..

농축 온천수라면 가능할까

일본에는 실제 온천수를 농축하거나, 원천에서 생성된 유노하나를 채취해 만든 입욕 제품도 있다.

나 역시 그런 제품을 발견하면 궁금해서 구입해본다.

단순히 온천의 이미지를 표현한 제품보다 실제 원천의 유노하나와 온천수를 사용했다고 하면, 아무래도 진짜 온천에 조금더 가까울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일반적인 입욕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냄새나 침전물, 독특한 물의 감촉이 나타나는 제품도 있다.

그래도 그것이 현지 온천과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다. 원천에서 바로 흘러나오는 물과 채취·정제·농축·보관 과정을 거쳐 병에 담긴 제품은 출발점은 같을 수 있어도 이미 서로 다른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제품을 욕조에 풀 때 사용하는 물도 온천수가 아니라 각 가정의 수돗물이다.

욕조의 물 200L에 농축액을 섞는다고 해도,그 순간 현지의 온천수가 다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농축 온천수조차 온천을 옮겨놓은 것이 아니라, 온천을 구성했던 일부 성분과 흔적을 집으로 가져온 것에 더 가까

울 것이다.

그래서 입욕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면 조금 허무해진다.

입욕제가 온천을 대신할 수 없다면,입욕제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하지만 오히려 이 질문을 하고 나니 입욕제의 역할이 더 선명해진다.

입욕제는 온천을 완벽하게 복제할 필요가 없다.

사실 완벽하게 복제할 수도 없다.

대신 온천에서 좋았던 여러 감각? 중 하나를 골라집 욕조에서 더 분명하게 경험하도록 만들 수는 있다.

어떤 제품은 유황을 떠올리게 하는 냄새를 담을 수 있고,어떤 제품은 우윳빛 온천의 시각적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으며, 어떤 제품은 미네랄이 많은 물처럼 독특한 감촉을 줄 수 있다.

또 어떤 제품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낸 뒤,온몸의 힘이 빠지는 듯한 목욕의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HAPPY TEARS를 만들면서 재현하려 했던 것도 특정 온천의 성분이나 색은 아니었다.

내가 온천에서, 그리고 평소 집에서 반신욕을 하면서 좋아했던 수많은 순간 중,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몸이 확실히 따뜻해지고,땀이 나고,욕조에서 나왔을 때“개운하다.”

고 느끼는 그 순간이었다.

HAPPY TEARS는 온천을 그대로 옮겨놓은 제품이 아니다.어느 유명 온천의 물을 재현한 제품도 아니다.

오히려 온천에서 내가 가장 좋아했던 하나의 감각? 을 떼어내, 집 욕조에서 훨씬 선명하게 경험하도록 만든 제품에 가깝다.

입욕제는 온천을 대신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입욕제는 온천을 대신할 수 없다.

온천의 성분과 향, 색을 비슷하게 표현할 수는 있다.

실제 온천수나 유노하나를 담을 수도 있고,그 온천을 떠올리게 하는 목욕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온천수가 지나온 시간과그 장소의 공기와 풍경,여행을 떠난 사람의 마음까지용기 안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입욕제를 만들더라도“집에서 진짜 온천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할 것 같다.

그건 제품이 해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약속이기 때문이다.대신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온천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지만,그곳에서 우리가 좋아했던 감각 하나쯤은집 욕조에 다시 꺼내놓을 수 있다고...

어쩌면 입욕제가 해야 할 일은온천인 척하는 것이 아니라,온천에서 좋았던 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해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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